"매장 내달라" 中서 문의 속출…이랜드 '30년 뚝심' 통했다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입력 2023-10-31 10:18   수정 2023-10-31 10:38


30년 넘게 중국에서 사업을 펼쳐온 이랜드그룹 패션 계열사 이랜드월드에 제2 중국 전성기가 찾아왔다. 이랜드월드는 한때 중국에서만 2조원 넘게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한한령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매출이 절반 이상 빠지는 와중에도 꾸준히 중국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 들어선 지난 1월 선임된 최운식 한중 패션총괄의 주도 하에 전략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새 전략이 먹혀 들어 향후 2년 내에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뛰어넘을 것이란 게 이랜드의 자체 전망이다.
○BGM까지 한국과 똑같다

31일 이랜드에 따르면 이랜드월드 중국 법인의 올해 예상 매출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안팎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엔 1조5000억원에 이른 뒤 2025년에는 중국 매출이 한국 매출(작년 기준 1조5200억원)을 추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에서 고전 중인 한국 기업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란 게 경제계의 시각이다다.

이런 성과는 이랜드가 올해 브랜드 재정비에 ‘올인’한 효과로 분석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중 패션사업부문의 완전한 통합이다. 예전에는 양국 법인이 따로 운영돼 제품·광고·매장구성까지 모든 게 달랐다. 이랜드 중국법인 관계자는 “최 대표 취임 후 회사 내에서 한·중 간 경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두 사업부문을 합친 건 이랜드만의 색을 명확히 보여주며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중국 현지화 전략을 펼쳐온 이랜드의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스파오’는 올해부터 중국 매장을 한국과 똑같이 꾸며 출점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날 찾은 상하이 양푸취의 스파오 매장이 그랬다. 진열된 제품과 광고모델, 인테리어, 직원 인사법,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한국과 똑같다. 이 매장은 지난 4월 리뉴얼 재개장 후 평당 매출 1위 매장이 됐다. 현재는 지난주 새로 오픈한 환치우강 매장의 평당 매출이 가장 높다.

‘뉴발란스 키즈’도 통합 효과를 톡톡히 봤다. 뉴발란스 키즈는 트렌디한 디자인의 한국 의류제품을 내세워 올해 중국 매출(리테일 기준)이 약 1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이 두배인 2000억원이 목표다.

이렇게 되면 한국 뉴발란스 키즈 매출(2022년 약 1700억원)보다 많아진다. 지난 8월에는 한국 매장과 비슷한 플래그십 매장을 상하이 난징동루에 냈다. 뉴발란스 키즈 관계자는 “플래그십 오픈 후 ‘매장을 내고 싶다’는 대리상들의 문의가 속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中 소비수준 높아지자 고급화

고급화 전략도 폈다. 중국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려는 의도다. 중국에서만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 ‘이랜드’가 그런 사례다. 리뉴얼 후 지난 7월 재론칭한 이랜드는 트래디셔널 캐주얼을 표방한다. 좋은 소재, 단정한 디자인을 앞세워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랄프로렌’의 대항마로 키울 계획이다. 가격은 니트류가 15만~20만원대로 비교적 고가지만 랄프로렌보다 20~30% 정도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

이랜드는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각 매장에 유통시키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소량만 생산해 시장 반응을 본 뒤 재주문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트렌드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다.
매장 인테리어도 콘셉트에 맞게 바꿨다. 지난 7월 본격적인 매장 리뉴얼에 돌입해 현재 전체 매장의 10% 정도인 30개 매장이 새롭게 단장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리뉴얼을 마친 매장의 매출은 평균적으로 종전의 2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랜드 뚝심의 결정체 '이노베이션 밸리'

이랜드는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 ‘이노베이션 밸리’를 내년 초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이랜드는 이노베이션 밸리 입주사에 30년간 중국에서 쌓아온 인프라와 인맥 등을 공유할 방침이다. 보다 많은 기업이 안착해야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이랜드의 시각이다.

지난 18일 찾은 연면적 35만㎡ 규모의 이랜드 이노베이션 밸리. 이곳은 최근 완공돼 현재 준공심사를 받고 있다. 이 건물은 상하이의 ‘판교’ 격인 민항취 우징지역에 위치했다. 내년에 이랜드 중국 본사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입주할 예정이다.

우징은 1992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가 처음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당시 우징의 인형공장을 매입한 이랜드는 이를 바지공장으로 개조해 중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랜드가 30년간 한한령·코로나 등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끝내 중국에서 버틴 건 인구 14억의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지난 30년간 중국에서 2조원이 넘는 세금을 냈다. 현지 기업도 받기 힘들다는 ‘중화자선상’을 네차례 수상했다. 그런 이랜드가 이노베이션 밸리 건설을 결심한 건 2017년 터진 사드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30년 신뢰자산의 현금화
한한령 이후 수많은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했다. 현지 진출 기업과 정부가 선단을 이뤄 외풍을 견뎌내는 일본·대만과 달리 우리 기업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건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이랜드의 판단이었다.

이랜드는 이노베이션 밸리를 ‘30년 신뢰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중국에 연고가 없는 기업도 중국 정부로부터 검증받은 파트너인 이랜드의 보증을 받아 보다 쉽게 현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랜드가 이들 기업에 재무·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랜드는 유통·소비재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는 중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상하이 북쪽 서울 여의도 35배 크기 간척지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스마트팜 개발 사업에 국내 애그테크 기업들을 연결해줬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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